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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자에서 거대 은하에 이르는 우주 구성 천체들의 구조와 다양한 현상을 관측하고 이를 분석하여 우주의 질서와 법칙을 찾고 이해하는 학문이다. 천문학에서는 우주 그 자체가 실험실이며, 천체가 내는 빛이 우주 탐사의 결정적 단서가 된다. 동양에서는 사방상하(四方上下)를 우(宇), 고왕금래(古往今來)를 주(宙)라 하였으니, 우주란 본래 공간과 시간을 함께 뜻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천문학의 목표는 각종 천체들의 본질을 밝혀 우주의 생성과 진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 하겠다. 천문학과의 전공교육은 학생들이 천문학의 전 분야를 폭넓게 접하고, 이론과 실습 관측을 통해 학문적 바탕과 경험을 갖추게 한다. 특히 학생들이 관측자료의 분석 기법을 배움으로써 사회 각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창조적 인물로 성장하게 한다.

천문학의 특성

  우주라는 실험실에서는 거리를 광년이라는 단위로 잰다. 실험 대상인 천체들이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천문학자는 주어진 실험 대상과 조건을 뜻대로 바꿀 수 없다. 따라서 천문학에서는 실험을 하는 대신에 빛을 이용해 관측을 수행한다. 천문학의 또 하나의 특징은 천체 현상이 매우 느리게 변한다는 점이다. 사람의 수명이 100년을 넘지 않는데 비하여 태양의 수명은 100억 년이나 된다. 우리는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는 모습을 꾸준히 관찰하여 인간의 성장 과정을 연구할 수 있으나, 태양의 진화를 연구하려고 100억 년을 기다릴 수는 없다. 그런데 나이가 다른 여러 사람을 동시에 관찰해도 인간의 성장을 연구할 수 있다.

  천문학에서도, 예를 들어, 종류가 다른 별들을 여럿 관측하여 간접적으로 별의 진화를 연구한다. 이와 같이 현재에 관측된 자료에서 대상 천체의 역사적 변화 과정을 읽어내야 하므로, 천문학자들의 분석 기법은 매우 다양하고 독창적이다. 빛은 속도가 유한하므로 아주 멀리 있는 천체, 즉 매우 어두운 천체를 관측한다면, 우주 창생의 먼 과거를 지금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대형 망원경이 필요하다. 또한 지구 대기의 제약에서 벗어나려면 대형 망원경을 대기층 바깥으로 올려 보낼 과학 위성도 필요하다. 이러한 초대형 첨단 관측 장비들은 한 나라의 경제력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천문학자들은 국제 공동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 이와 같은 학문적 특성 때문에 천문학은 국제 협력에 있어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갖고 있으며, 국적이 다른 학자들 사이에 협조가 가장 잘 이루어지는 학문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하늘에는 국경이 없다는 점이 천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인 셈이다.


천문학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이 글은 월간 <별과 우주> 2000년 9월호에 실렸던 이형목 교수님의 글입니다.)
꿈과 현실

  최근 어느 여론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들이 가장 바라는 장래 직업 1위에 천문학자가 꼽힌 일이 있다고 한다. 이 조사 결과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일반적 성향을 완전히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천문학을 동경하는 젊은 학생들이 많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이런 여론 조사와 부합하지는 않는다. 대학에서 천문학과가 결코 인기학과는 아니다. 오히려 경제적 안정성을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는 최근 세태에서, 지원하는 학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대학은 점차 전공 선택의 시기를 대학 2학년이나 3학년 시작할 때로 바꾸고 있으며, 그 결과 일부 학과로 많은 학생들이 편중되는 부작용도 일어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천문학과 같은 기초학문의 학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 성장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시적 현상일수도 있지만 너무 오래 계속되면 학문 후속 세대가 끊어지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히 넘어가서는 안될 문제이기도 하다. 아무리 취업이 중요하다고 해도 어려서 천문학을 동경하던 그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서 외면하는 것은 기초과학 일반을 비롯해 천문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은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천문학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음 몇 가지를 말해주고 싶다.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천문학에 대한 인식

  천문학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아주 낭만적이거나 아주 현실적이다. 천문학자는 이 세상의 모든 자질구레한 근심 걱정과는 상관없는 어마어마한 우주의 진리를 캐고자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상생활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보통 사람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천문학은 일상 생활과 너무 유리된 학문이기 때문에 학문적 가치도 별로 없을뿐더러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 개발에 몰두해야 하는 개발 도상국에서는 아직 필요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천문학에 대한 투자가 거의 없으므로 취업 전망도 아주 어둡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천문학을 하는 것은 아주 낭만적인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배고픈 일도 아니다. 천문학자가 다루는 대상이 지구상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사소한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크고 멀며 관련된 시간도 아주 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해당할 만큼 통 크게 인생을 살기는 어렵다. 또 천문학 자체가 경제적인 이득을 주지는 않아도 대학, 연구소, 천문대 등에서 근무하면 남들과 비교해 큰 차이 없는 월급을 받으며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몰라서 천문학을 아주 어려운 학문으로 치부하거나 먹고 살기 어려운 직업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선입견으로 작용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천문학을 비롯해 학문을 하고 싶어도 주위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장래를 바꾸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사실을 이야기해 보자.

천문학이란?

  우선 천문학이 무엇을 하는 학문인가 생각해보자. 간단히 말하면 천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여 규명하는 것이 바로 천문학이다. 어찌 보면 천문학이 다루는 대상은 지구를 제외한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천문학은 가장 오래된 학문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반인들의 인식과 달리 천문학이 오래된 학문인 이유는 바로 일상 생활과 너무나 가까운 학문이었기 때문이다. 즉 농경 사회에서 씨 뿌리고 수확하는 시기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정확한 역서가 필요하고 천문학의 시작은 바로 시간을 재는 역법의 필요성에 의해서 였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특히 동양 국가에서는 천문학을 제왕의 학문이라 여겨 왕실에서 직접 관장하였다. 세종대왕은 그 당시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훌륭한 천문학자였다. 역서 이외에도 최근에 이르기까지 천문학은 항해나 측지 등에도 아주 유용하게 쓰여졌다.
  이런 실용적 측면이 있는 반면 순수한 의미의 천문학은 인간의 근원적인 호기심에 의해 발전해 왔다. 천체는 어떤 이유로 정확한 운행을 하는 것이며 별은 무엇으로 이루어졌고 얼마나 멀리 있는가? 이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져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가? 생명체는 우리 지구에만 있는가? 이런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끊임없이 관측과 이론적인 연구를 해 왔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인간이 우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지식은 극히 제한적이었으나 이제는 우주의 크기, 나이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실용 천문학의 중요성은 정확한 시계, 항법 장치, 위치 측정 장치 등 때문에 이제는 거의 없어졌고 학문으로서의 천문학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천문학과 취업

  종종 우리는 대학 졸업생을 받은 회사로부터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못해 회사 자체의 교육 프로그램에 의존해야 한다는 질타성 항의를 듣곤 한다. 대학이 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회사마다 하는 업무가 다른데 이를 모두 충족시키는 교육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업무를 빨리 익힐 수 있는 기본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천문학은 취업하기 그다지 나쁜 전공은 아니다. 천문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수학, 물리학 등의 직접 관련된 학문에서부터 화학, 지질학, 생물학 등 인접 학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이 요구된다. 또 천체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주 복잡하기 때문에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모의 실험이 광범위하게 쓰인다. 외국에서는 천문학과 출신이 컴퓨터 관련 업체에 취업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초창기 천문학을 전공한 많은 선배들이 컴퓨터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 왔다. 대학에서 천문학 전공을 마친 사람들이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직장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천문학 공부를 한 사람이 다른 업무를 위해 취업했을 때 그 업무를 익히는데는 아주 쉽다. 다만 고용하는 사람들 중 잘못된 선입견 때문에 출신 학과를 제한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안타깝다. 천문학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업도 많이 있으나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점이 아쉽다.

천문학자가 되는 길

  일반적으로 천문학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을 천문학자라 부른다. 천문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개 박사 과정을 마쳐야 한다. 의과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해의 수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박사학위를 마쳐야 한다는 사실이 천문학을 어렵게 느끼게 하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의사의 경우 많이 공부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대가가 보장돼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지만, 천문학자에게는 그런 보장이 없다. 박사과정은 석사를 포함해 짧게는 4년 길게는 6-7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국내에는 서울대, 연세대, 경희대, 충남대, 충북대, 교원대, 경북대, 부산대 등에서 천문학 전공 박사 학위를 할 수 있으며, 외국의 대학에서 학위 과정을 밟는 경우도 많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4년 이상 더 공부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대학에서는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비롯해 각종 혜택을 주려고 노력한다. 아직 국내 대학에서 생활비 전액을 지원해 주는 경우는 드물지만 외국 대학에서는 다른 부업 없이 단촐한 식구가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재정 지원을 해 주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전망

  이제 우리나라 천문학의 실태를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우리나라는 기나 긴 천문학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근대 천문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50년대 후반의 일이다. 일제 강점기 동안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자연과학 교육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 천문학 역사가 짧은 만큼 우리의 수준은 선진 외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하겠다. 박사학위를 가지고 천문학에 종사하는 사람의 숫자도 90명 정도이다. 우리보다 약 두 배 정도의 인구를 가진 독일의 경우 전체 천문학자가 800명 정도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아주 적은 숫자이다. 우리가 만약 독일 정도의 수준에 이르려면 적어도 300명 정도의 천문학자가 더 필요한데, 한해에 10명씩 배출한다 하더라도 30년이 걸린다. 현재 한해에 배출되는 박사가 2-3명 정도이므로 지금과 같은 속도로는 여간 해서 선진국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큰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싶어도 관련 학자가 너무 적어 쉽사리 뛰어들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경제 사정이 점차 호전됨에 따라 기초과학에 점차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관측을 위한 천문대에도 많은 돈이 투입되고 있고, 2002년에는 한국 우주 천문학의 신기원을 이룩할 과학위성 1호가 발사된다. 이들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연구 인력이 절대 필요하다. 앞으로도 수 십 년 간 우리는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유능한 천문학자의 양성이 시급한 실정인데, 아직은 천문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이 너무 적어 걱정이다. 꿈이 있는 젊은 학생들은 용기를 가지고 천문학에 한 번 도전해 보기 바란다. 선진국의 천문학자들은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창출하여 과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우리도 곧 지식 습득 단계에서 창출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천문학을 비롯한 기초과학 분야 학자들이 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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